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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는 남자에게 보내면 사랑받는 선물들

노멀로그에 연애한 매뉴얼 중 [장거리 연애를 할 때 꼭 알아둬야 하는 것들]이라는 글이 있었다. 그 매뉴얼의 항목 중 네번 째, "둘만의 의미부여에 열심을 내자" 라는 부분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내가 지금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다면, 오늘 아침에 바라 본 하늘 사진을 찍어서 공유할 것이며, 같은 티를 사서 선물한 뒤 그 티를 입고 찍은 사진을 공유할 것이다. 상대의 생활에 내가 조금 더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래를 녹음하거나 오디오북을 만들어 선물할 수도 있다. 만나서 하고 싶은 것들 100가지를 생각해서 적어보자고 제안할 수도 있고, 하루에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는 전화를 하거나 메신저에서 만나자고 약속할 수도 있다. 내 스스로는 편지처럼 적는 일기를 쓸 수도 있고, 오늘 찍은 사진 한 장씩을 꼭 메일에 첨부해서 보내줄 수도 있다. 날씨가 좋거나 예쁜 풍경만 찍는 것이 아니라 내 방이나 오늘 먹은 밥, 오늘 만난 친구, 오늘 걸은 거리, 상대가 해외에 있다면 한국의 풍경들이나 둘이 갔었던 곳을 다시 가서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 무한, <장거리 연애를 할 때 꼭 알아둬야 하는 것들> 중에서


물론, 남자친구가 현재 군대에 있는 까닭에 위에 나온 이야기들 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와 할 수 있는 일, 그 중 보내면 사랑받는 선물들의 목록 말이다. 어느 곰신은,

"군대 간다고 해서, 군대용품 죄 사놨더니 빠꾸 당해서 왔다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남자친구가 자대에 도착한 것이 확인 된 이후' 보낼 수 있는 선물들에 대해 알아보자. (간혹 훈련소로 택배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포는 대부분 퇴소할 때 받을 수 있으니 훈련소에선 편지로 족하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1. 남친의 기억력을 붙잡아 줄 사진 선물

위의 박스 안의 글에도 적어두었지만, 남자친구와 함께 갔던 곳이나, 함께 했던 일들을 사진으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자친구의 현재 상황을 잠시나마 느껴보고 싶다면, 고등학교로 다시 돌아갔다고 생각해라. 그 안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의 교문 밖으로 '휴가'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것도 처음 가 본 지역의 어느 고등학교에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 곳에서는 모든 게 그립다. 사회에서의 일들을 머릿속으로만 떠올려 볼 뿐이다. 그러한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진'이다. 당신과 남자친구가 공유하며 의미부여한 장소, 사물, 사람 뭐든 좋다. 요즘 누구나 카메라 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디카가 없다면 핸드폰 카메라라도 있을 것이다. 인화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캠퍼스 커플 이었다면, 자주 가서 앉았던 벤치를 찍거나 여전히 맛이 없는 학생식당의 식판을 찍어서 보내줄 수도 있을 것이고 한 동네에 살았다면 단골식당이나 첫 키스를 한 장소 등 여러가지 피사체가 있을 것이다. 전화해서 미용실에 갔는데 머리를 마음에 안 들게 해 놨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는 사진 한 장이 더 나을 것임을 내가 보증한다.

2. 둘이 똑같이 소유할 수 있는 것들

상대의 신분이 군인이라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같은 펜을 쓴다거나, 같은 다이어리, 같은 핸드크림, 같은 입술보호제 등 둘이 '커플'로 맞출 수 있는 것들은 몇 가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소유'의 개념을 넘어서 둘의 '상징'이 된다. 남자친구도 그 물건들을 사용하며 당신을 생각할 수 있고, 당신 역시 그 물건들을 보며 남자친구를 생각할 수 있다. 단, 어이없는 물건들까지 맞추라는 얘기는 아니다. 군대에선 '보급품'이라는 것이 나오는 까닭에 반입이 되는 것과 반입될 수 없는 것이 있다. 뿐만아니라 부대마다 '짬'을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사용하기엔 눈치보이는 것이 존재할 수 있으니 그러한 점은 사전에 미리 조율 할 수 있기 바란다.

남자친구가 이등병이라면 이 계획은 보류하는 것이 좋다. 군대도 사람사는 곳이라 '보급 비누' 하나로 머리 감고, 세수 하고, 샤워 하는 것이 빵꾸똥꾸한 일이란 걸 알기에 샴푸나 세안제 등에 (실질적으로)태클을 걸진 않지만 원칙은 사제물품 반입금지다. 군기를 바짝 잡으려는 곳에서는 때론 이 '원칙'을 내세울 때가 있다. 묻지도 않고 보냈다간 "여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사제물품 보내라고 한 무개념 신병"으로 분류될 수 있다.

3. 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사소한 것들

사실 이쪽에서 먼저 보내주지 않아도, 자기가 필요한 것들을 보내달라고 먼저 요청을 하거나 휴가 나와서 장만하겠지만 '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사소한 물건들이 있다. 일단, 군대에선 '개인정비'에 필요한 물품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당신도 가끔 쓰는 그런 것들 말이다. 손톱깎이, 귀후비개, 면봉, 손거울…… 등 결코 비싸진 않지만 부대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보낼 때에는 되도록 2개씩 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소포가 오게되면 개인 관물대까지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반(사회 - 교무실)'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한 번 검열(?)을 거친 뒤, '생활관(사회 - 교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분대장(사회 - 반장, 혹은 담임)에게 두 번째 확인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해할 수 있는 물건은 압수당하기도 하는데, 위에서 말한 손톱깎이에는 기본 용도 되에 안쪽으로 칼이나 오프너 따위가 달려있으면 이때 압수당할 수 있다. 아주 단순하게 손톱만 깎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확인과정에서 분대장도 하나 얻을 수 있다면 좀 더 완화된 '검열'이 될 것이다.

4. 군인은 단순하다

박스에 과자를 종류별로 담아서 보내주는 일은 이제 식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군인들은 배가 고프다. 식판을 닦고 나오면 배가 꺼지는 짬밥(군대밥)의 영향인지 PX는 오늘도 만원일 것이고, 자대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수록 '단 것'이 먹고 싶을 거다. 일부 부대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음식물을 반입금지 하고 있으니 그러한 제약에 걸리지 않는다면, 과자를 종류별로 담아 한 박스 보내보는 것도 좋다. 그 시기는 남자친구의 생일, 남자친구의 진급 정도가 적당하다. 

무슨 과자를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곰신이 있다면 'PX에서 안 파는 거' 라고 답해주겠다. 다분히 심리적인 현상이지만, 군인들은 자기 부대에서 볼 수 없는 물건에 더욱 호기심을 갖는다. 쉽게 말해, 부대에서 다이제스티브는 파는데 자갈치를 팔지 않을 경우, 사회에서 다이제스티브를 더 좋아하던 사람도 자갈치를 더 높은 위치로 친다. '한정판'의 의미로 해석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난 나에게 오든 남에게 오든 '프링글스'를 봤을 때가 제일 기뻤다. 그것도 무려 흔치않은 피자맛이나 양파맛! 아, 많이 보낸다고 남자친구가 다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다. 음식물 보관도 금지되어 있는 관계로, 한 끼의 간식으로 먹을 정도만 보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더 덧붙이고 싶은 말은, 선물을 너무 자주 보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생일'이나 '진급축하'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날이면 좋다. 사진 역시 매일 한 장씩 찍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내주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남자친구의 계급이 올라갈 수록(일병 3개월 이상)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질 것이다. 그 때에는 기호에 맞게 책을 보내주던가 공부할 수 있는 것을 하나 보내주는 것도 좋다. 전혀 그런 쪽에 취미가 없다면 '큐브'같이 손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보내주는 것도 좋다. 애들도 아닌데 뭔 장난감이냐고? 군인들, 10원짜리 동전 숟가락으로 두드리고 가운데 칼로 조금씩 긁어내서 반지 만들고 논다. 돌로 조각상 만든다는 애도 있었다.

면회를 갈 건데 도시락을 직접 싸 가도 되냐고 묻는 곰신이 있었다. 내 여동생이 물어본다면, 그건 상병 지나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처음엔 정성들인 도시락, 그 다음은 치킨, 그 다음은 피자, 그러다가 PX에 있는 냉동, 과자까지 가는 것 보다는 나중을 위해 '깜짝선물'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처음에 활활 타오르다가 사그러드는 커플을 너무 많이 본 까닭이기도 하다. 너무 한 번에 다 쏟아붓지 말자. 한 걸음 천천히 가도 된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사랑이란 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