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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콘텐츠

휴가 나와서 다른 여자 만난다는 남친

지난 글 작성 후,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수 많은 곰신님들의 메일을 받았다.


사실, 솔로부대원들이 많은 고민을 한다고 얘기하지만, 커플들이라고 유유자적 안빈낙도(응?)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반쪽이 되어준다는 것은 처음엔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씐 콩깍지 덕분에 안보이겠지만, 시간이 흘러 콩깍지가 벗겨지고 그의 콧털과 그녀의 비듬이 보이기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메일로 온 사연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사연은 휴가 나온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단둘이 만난다고 선포한 사연이었다. '뭐, 만날 수도 있지' 라고 이야기 할 지 모르지만, 사연을 끝까지 다 읽다 보면 얽힌 실타래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아니다. 절대로 그대가 이상한 건 아니다. 내 경우, 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들을 만날테니 나에게도 다른 여자들을 만나라고 한다면, 난 내 여자친구가 만난다는 그 남자들을 해치워 버릴것이다.(응?) 농담이고, 아무리 이해심이 많고 배려를 잘하는 곰신이라 할지라도 곰신카페 들러서 좋다는 물건 소포로 보내고, 시험기간 공부는 안해도 편지는 쓰고, 남자친구가 불안해 할까봐 술과 클럽을 자제하고, 누가 소개팅 시켜준다고 해도 당연히 거절했는데, 이제와서 남자친구가


이따위 골든 레트리버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한다면, 속 뒤집어 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것도 더군다나 9박 10일 밖에 안되는 기간중 3일을 동창생이라곤 하지만, 동창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둘이 만난다는 것에 초연해질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시캐고에 있는 부킹대학 L.N. Solo 박사(65세,무직)는 위의 경우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논문의 제목은 [grazing] 이다. 영어에 약하신 분들을 위해 해석을 덧붙이자면, 이렇다.

graz·ing
 n. 목초지;방목

쉽게 말해, 가축을 키우시는 분들이 우리 안에서 키우는게 아니라, 풀밭에 가축들을 풀어 놓고 기르는 사육법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대부분 좋아하는 풀을 골라 먹게 하고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함으로 가축의 발육을 좋게 하기 위해 행하는 일이지만, 여자친구를 방목하는 것은, 설마 발육을 좋게 하기 위해서 겠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파고 들어 보자.
 


 1. 약속이 되어 있다.  

이것은 이미 사전에 그 '다른여자'들과 연락이 취해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물론, 아직 약속이 없지만 여자친구의 허락을 먼저 받아 두려고 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이 말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여전히 해당 곰신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된다. 다만, '그래 알았어' 라고 이야기 한 뒤, 집에서 베개를 눈물로 적시고 있지는 말길 바란다. 

 2. 권태기 일 수 있다.

내 주변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친구'와 무슨 일을 할까 고민을 하지, '다른여자'와 만난다는 것을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대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빠지지 않고 보낸 편지들이 남자친구를 루즈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오직 너만 바라봐' 라며 보여줬던 대화, 편지, 면회 들에 남자친구가 긴장의 끈을 놓아버렸을 수도 있다. 상대방이 '있을 때 잘할걸'이라는 후회를 괜히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3. 정말 다른 남자와 만나 밥을 먹는다.

설마 '너도 다른 남자들 만나, 밥만 먹는데 뭐가 문제야' 라고 할 경우, 상대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내뱉은 말일 수도 있다. 그럴땐 정말 다른 남자들을 만나는 거다. 그리고 밥만 먹으면 되는거다. 주변에 만날 남자가 없다면 나한테라도 연락해라. 나는 맛있는 걸 사주는 사람을 '좋은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농담이고, '그래, 니 말대로 다른 남자들을 만나보려고' 라고 한다면 그도 그대가 그랬던 것 처럼 똥줄좀 타지 않겠는가.

물론, '믿음'이 중요하다. 믿을 만한 것들을 믿고, 믿기지 않는 부분은 믿지 않는 것이 믿음은 아니다. 다만, 상대가 그 믿음을 하찮게 여기며 깨 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산산조각난 유리컵 처럼 다시 원상태의 모습을 가지기 힘들다. 또한, 한 번 깨진 유리컵을 다시 붙여 놓더라도 앞으로는 작은 충격만 줘도 다시 부서질 것이다.

그와 가장 친한 것은 그대일 것이고, 그와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그대일 것이다. 나나 다른 곰신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해 그 말대로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그에게 진솔하게 털어 놓는 것을 권한다.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 하고, 자존심싸움이나 밀고 당기기 없이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 한다면, 분명 상대도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자신이 노력할 부분을 찾으리라 생각한다. 앞에서는 '알았어' 해 놓고, 뒤에서 혼자 속 앓이를 하지 말란 얘기다.

그럼 다음 매뉴얼에서 또 다른 상황을 함께 살펴보길 바라며, 이번 메뉴얼은 여기서 마친다. 자신의 사연을 함께 살펴보고 싶으신 분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메일을 주시길 바란다, 단, 솔로부대대원들의 사연과 헷갈릴 수 있으니 앞에 [곰신] 이라는 말머리를 붙여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