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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남친을 둔 여자, 세 가지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열었더니, 그 안에서 온갖 재앙과 죄악이 뛰쳐나왔다는 판도라의 상자.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곰신들, 그들에게는 세 가지의 판도라의 상자가 있다.


그 상자들을 살펴보기 전에 미리 얘기하지만, 그대가 그 상자의 열쇠를 쥐게 된다 하더라도 절대 그 상자들을 열지 말 것을 권한다. 간혹, 정말 간혹,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로 판도라의 상자가 연애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간 자신이 생각한 남자친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진지하고 섬세하며 감수성이 풍부한 모습을 발견하고, 또 자신을 향한 남자친구의 마음을 재발견하는 케이스다.

그 외에는 죄다 눈물, 불행, 혼란, 절규, 뭐 이런 것들만 얻게 된다. 의심을 싹트게 만들고, 더 가까워져야 하는 마음에 '상처보호 방지필름'을 붙이게 만든단 얘기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이별이다. 이처럼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에는 뭐가 있는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1. 메신저


자신의 뒷담화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게 별로 나쁘지 않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던 남자친구' 또는 '내가 아는 남친의 친구'가 여과 없이 주고받은 대화내용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손이 떨리며 괄약근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많은 재앙이 이 '메신저 쪽지함'에서 싹튼다. 무뚝뚝한 줄 알았던 남친의 저렴한 수다, 가끔 얼굴 보며 예의 바르게 알고 지내던 '남친 친구'들이 보낸 글들, 그리고 그 쪽지들에서 나타나는 경악스런 내용들과 자신에 대한 뒷담화.

'이건 내가 알던 남친이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며 배신감과 좌절감, 그리고 분노를 느끼게 된다. 메일로 도착한 사연 중 이 '메신저'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곰신들이 제보해 준 남친과 남친친구에 대한 멘트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남친친구 : "걔랑 아직도 사귀냐?" 걔가 기다린데?
남친 : 아직 사귀지ㅋㅋ 몰라. 신경 안 써.

이런 쪽지를 발견하고 심장이 뛰지 않을 곰신이 어디 있겠는가? 그 먼 곳까지 면회가고, 없는 시간 쪼개가며 편지를 쓰고, 방한용품이다 과자다 해서 소포를 보내고, 휴가 나오면 그간 고생한 남친을 위해 작은 이벤트라도 하나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위와 같은 대화를 발견했다면 어떨까? 메신저든 남자친구든 로그아웃 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차마 여기서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농담을 주고받은 기록이라든가, 연애에 대해 가볍게 얘기하는 남자친구의 '메신저 쪽지함'을 본 곰신들도 있겠지만 남자친구를 대신해 그나마 '변명'을 좀 하자면, 남자는 대부분 그런 식이다. 쿨한 척 하는 게 멋있는 줄 알기 때문에 애써 덤덤한 척을 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지지 않으려고 더 험한 말을 써가며 '어른'인 척 한단 얘기다.

이런 얘기로 그 기분을 달랠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아니, 어떻게'보다는, '역시, 이 녀석도' 정도로 생각하길 권한다.


단,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그 대화의 내용이 자신이 꿈꾸는 연애와 전혀 다르다던가 곰신이나 여자에 대한 저렴한 표현이 많다면, 지금 하고 있는 그 연애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길 권한다. 그게 '진심'인 경우도 꽤 많으니 말이다.

2. 미니홈피


가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황당한 사연들이 오기도 하는데,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미니홈피 관리'를 부탁하고 간 남자친구에 대한 사연이다. 그 남자친구는 군대에 가며 여자친구에게 미니홈피를 관리해 줄 것을 부탁하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입대했다.

남친의 미니홈피에 로그인 한 곰신들 중, 과거 방명록이나 비공개로 해 둔 폴더들을 보지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곰신 역시 자연스레 예전 방명록을 확인했고, 비공개로 되어있었던 폴더들을 살펴봤다. 그 곳에는 그간 전혀 예상도 못했던 다른 여자들의 메시지가 있었고, 심지어 비공개 폴더에는 과거에 사귀던 여자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도 들어 있었다.

손이 떨리고, 발이 떨리고, 가슴이 쿵쾅쿵쾅 거리는 것을 겨우 참고 있던 이 곰신은 훗날 남자친구가 자대배치를 받고 난 후, 전화 통화를 하며 따졌다.
당연히 당황한 그 남자친구는,


"그런 거 보라고 비밀번호 알려준 게 아니잖아! 어떻게 몰래 볼 수가 있어?"


라며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만 해 댔다. 그 이후, '남자가 그간의 사정에 대해 모두 설명한 후 용서를 구하고, 그렇게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고 쓸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둘은 헤어졌고 지금까지 남남으로 지내고 있다.

흔적을 지운다고 지웠는데 미처 '히스토리'부분을 신경쓰지 않아 과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뭐, '미니홈피'라는 판도라의 상자로 인해 고통을 받는 곰신들의 사연을 계속 열거해 봤자 별 도움이 안 될 테니, 행여라도 이 '미니홈피'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의 대처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대가 발견하는 그 내용들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걸 기억하자. "과거에 이러이러 했으니까 앞으로도 이러이러 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한다면 거기에 대해 '아닙니다.'라고 확답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온통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미래'에 더 의미를 두어 보자.

그리고 그 '발견'을 쉬쉬하며 남자친구 몰래 혼자 애만 태우지 말길 권한다. 그래봤자 느는 건 한숨이고, 남자친구의 모든 행동이 다 가식으로 보일 뿐이다. 차라리 떳떳하게 이야기를 하고, 이러이러한 점이 그대를 아프게 했다고 이야기 하는 편이 낫다. 과거의 기록들에 대해서는 아직 미련이 남거나 계속 남겨서 보관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워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얘기도 나누고 말이다.

3. 메일


미니홈피와 관련된 부분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메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역시 '과거'와 더 관련이 있다. 한 가지 메일주소를 오래 쓰는 남자친구라면 그의 과거 행적, 만났던 사람, 나눈 얘기들까지 다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판도라의 상자'란 얘기다.

남자친구의 메일함을 열어 본 뒤 아노미 상태에 빠지는 곰신들이 많은데, 난 그 곰신들에게 하나 묻고 싶다. 그대가 과거에 누군가와 나눴던 메일을 남자친구가 보자고 한다면, 그대는 아무 거리낌 없이 보여줄 수 있겠는가?

사람이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까닭에 남자친구의 '과거 메일'을 봤을 땐, 뜨거운 피와 차가운 피가 섞이며 '이것 봐라. 이것 봐, 딱 걸렸어.' 따위의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철없는 모습이 있고,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어두운 역사가 있으며,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는 것 아닌가? 그걸 발견했다고 해서 남자친구에게 모두 드러내 보이면 남자친구는 벌거벗겨진 채 시내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권하지만 과거의 기록은 과거로 두자.
남친의 과거 연애기록을 살피며 예전 여자친구에게 괜한 열등감을 갖거나, 질투를 하거나, 과거 남친의 행동들에 대해 괘씸하게 생각하는 등의 일은 둘의 연애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일들로 다투고, 감정 상하고, 얼굴 붉히며 사랑하기에도 짧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신뢰는 마치 안경알과 같아서, 아주 짧은 순간 누가 손을 대더라도 그 자욱이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그렇게 자욱이 난 안경은 계속해서 그 자욱이 신경 쓰이듯, 신뢰 역시 '딱 한 번'이라며 선을 넘어 의심을 하거나 상대의 뒷조사를 하게 되면, 그렇게 난 자욱이 계속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안경은 벗어서 닦을 수 있지만, 신뢰는 벗어서 닦을 수가 없다. 그런 까닭에 내 손자국이 난 신뢰를 상대가 회복하겠다며 다시 손자국을 내고, 그러다보면 결국 신뢰를 잃어버릴 수 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그걸 많은 사람들이'이별'이라 부른다.
자~ 이제 선택은 그대의 몫이다. 판도라의 상자에 열쇠가 주어졌을 때 그대는 그 상자를 열 것인가?
아니면 신뢰라는 자물쇠로 굳게 잠궈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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