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든든하軍/생생! 병영탐구

내 아들의 계급장은 내 손으로 직접 달아준다! 육군훈련소 신병수료식 가족면회


"내 젊음 조국을 위해!"


이 곳은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이다. 지난 5주간 강한 전사로 거듭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1,800명의 훈련병이 자랑스런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으로 진급하는 날이기도 하다. 입대할 때만 하여도 통제된 생활 속에서 혹독한 신병교육을 무사히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였을 훈련병이었지만 이제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몸매!"

5주간의 신병교육을 무사히 수료한 훈련병들은 하나같이 건강한 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며 처음 입었을 때는 어설프기 그지 없었던 군복도 제법 잘 어울리는 듯 하였다.

지금은 예비역 4년차이지만 나 역시 훈련병 시절이 있었다. 야식은 물론, 버튼만 누르면 보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사회 생활과는 달리 훈련소는 모든 것이 철저하게 통제되어 군인화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이 시기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절실히 깨닫을 수 있었고 작대기 하나 뿐인 이등병 계급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몸소 체험하였다. 그래서 더욱 수료식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으음? 오늘은 입대하는 날이 아니고 수료식인데?"


수료식 행사가 한창인 가운데 순간 입대하는 날인가? 착각할 정도로 연병장 주변에는 가족 단위의 민간인들이 가득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아서는 절대 입대하는 분위기는 아닌듯 하다.


그렇다! 오늘은 육군훈련소에서 13년 만에 시행된 훈련병 가족 면회가 있는 날이다. 지난 1998년 이후 폐지된 훈련병 가족 면회는 최근 가족 구성원이 핵가족화되면서 훈련병들의 대다수가 외아들인 점, 최근 훈련 기간이 5주로 늘어난 점, 훈련소를 수료한 이후 2차 신병교육훈련을 3주 동안 추가로 받게된 점 등 최근 달라진 사회적 변화에 발 맞춰 전격 부활하게 된 것이다.




"엄마! 나 상 받았어!"


약 7,000여명의 훈련병 가족들이 참석한 이번 수료식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훈련병들은 오히려 더욱 철저한 군기를 보여주며 먼 길을 달려온 가족들 앞에서 강한 전사의 면모를 한껏 자랑하였다.


육군 훈련소는 이번 가족면회를 통해 훈련병들의 심리적 안정과 사기 진작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하며, 특히 야전에 배치된 이후 각 부대별로 운영하고 있는 제 2신병교육대에서의 고된 신병교육훈련과 자대생활에도 이번 면회가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내 아들 계급장은 내 손으로 직접 달아준다!"


기존 수료식에서는 연대장이 대표 훈련병 한 명에게만 상징적으로 계급장을 달아주던 것을 가족면회가 부활되면서 오늘은 훈련병들의 가족들이 직접 아들의 계급장을 달아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당당한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이 된 자랑스런 아들의 계급장을 직접 달아줌으로써 병사나 가족 모두에게 참으로 가슴 뿌듯하고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고생했다 내 아들!"


"감사합니다!"


"이제 든든한 남자가 되었구나!"


"강하고 멋진 사나이가 되겠습니다!"




"부모님의 심정으로 사랑하는 후배에게 계급장을 달아주겠습니다!"


이 날 약 100여명의 훈련병은 부모님이 참석하지 못하였다. 사실 이 행사를 처음 접하고 가장 먼저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가족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훈련병들이 느끼게 될 소외감이었다. 특히, 수료식이 끝나면 약 4시간 가량을 동기들은 영내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면회를 오지 못한 훈련병들의 소외감은 더욱 클 것이라 생각되었다.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훈련소에서는 고려하여 별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부대에서는 면회를 오지 못하는 훈련병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동고동락한 전우와 함께 동반 면회를 하거나, 수료식 이 후 삼겹살 파티 및 영화 감상,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끔 적극적으로 배려해주었다.





"어머님 보고 싶습니다!"


위 영상은 5중대 중대장 훈련병이 부모님께 띄우는 영상편지이다. 비록 보고 싶은 부모님을 만날 수 없었지만 오늘의 그리움이 훗날 더 큰 감동으로 찾아올 것이라 믿으며 씩씩하게 경례하는 모습이 무척 대견해보였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수료식이 끝나고 중대별로 지정된 면회장소에서 훈련병과 가족들은 준비해 온 음식을 함께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이때 가장 큰 특징은 이제 갓 이등병 계급장을 단 훈련병들의 스펙타클한 입담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마치 특전사라도 나온듯한 포스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담도 부모님께서 정성껏 준비해 온 음식 앞에서는 일동 침묵이 되어버렸다.





"늠름해진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아침부터 먼 길을 달려온 부모님, 친지, 여자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늠름해진 아들을 보며 흡족해 하였다. 그동안 철부지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5주 만에 멋진 남자로 변신시켜준 대한민국 군대의 위력에 새삼 놀라는 눈치였다.


물론 본격적인 군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동안 동고동락하며 정들었던 동기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낯선 자대에서 자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선임들과의 파란만장한 군생활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역시 훈련소 생활처럼 금세 적응이 될 것이고 오늘의 소중한 시간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첫 휴가 때 더욱 늠름해진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약하며....



posted by 악랄가츠(http://realo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