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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전역하고 헤어지자는 남친, 어떡할까?

제목만 보고 벌써 눈에서 라면국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곰신들이 보이는 것 같다. 누가 더 힘들다, 안 힘들다를 구분하려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애써 시간 내 면회 가고, 휴가때는 오로지 남친 일정에 맞춰 스케줄을 잡고, 편지에 전화에 소포, 힘들 때는 목소리 듣는 걸로 달래가며 그 시간을 보냈더니,

"의무감 때문에 만나는 건 아닌 것 같다..."

라는 얘길하는 남친. 이 얘기를 들으며 마치 세종기지 앞에서 반바지 입고 서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 어렵다는 '일말상초'의 시기를 견뎌내고, 이제 블링블링한 나날 까지는 아니더라도 보고싶을 때 볼 수 있는 시간이 펼쳐지나 했지만, 수능 영어듣기평가에서 동요가 흘러나오는 듯한 아름다운 상황.

이 시기를 겪지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혹시나 어쩌면 만약에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올챙이적 기억을 못할 수 있음을 인정하자


예비군들을 다른 말로 '개구리'라 부른다. 예비군마크에 '개나리, 지구, 리본'이 들어가 있어서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지만 다른 의미로 해석하자면 '올챙이적' 기억을 못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전 매뉴얼들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어딘지 어설프고 어리바리한 것 같은 후임들의 여친을 보며 자신의 여친과 비교하다가 생각이 탈선(응?)할 수도 있고, 사회와의 꽤 오랜 단절로 인해 '나도 나가면 소녀시대 같은 애들과...'이라는 망상까지 품을 수 있단 얘기다. 

뿐만아니라 여친의 편지 한 장에 웃고 울며, 면회 전 날 잠을 못 이루던 지난날들을 망각하는 것은 '올챙이적 기억을 못하는'것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자신만 하고 있다는 착각이 겹치면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모르는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사실, 군화와 곰신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2년간 연애를 한 커플이 있다면 분명 '권태기'가 찾아올 수 있다. 예전엔 재미있고 즐거웠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부분들 때문에 의무적으로 만나는 것 같고, 종종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그게 예전처럼 가슴뛰던 설렘과 차이가 있진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시기 말이다. 그러나 이제 막 군대를 전역한 군화의 입장에서는 '기다렸다는 의무감으로 내가 만나는 건가?'라는 생각등이 겹치며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혹 이와같은 상황의 남친을 마주하게 된다면, 무작정 화를 내거나 매달리거나 저주를 하기에 앞서 우선 '생각할 시간'을 갖자.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당장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우리에게 '마지막'이었음을 알려주기 전에 스스로 마음 속에서 '마지막'으로 선을 긋진 말자는 얘기다. 그리고 '올챙이적' 생각을 못할 수 있음을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이해해 보자.


2. 차분하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생각지도 못한 이별통보를 받고 정신줄을 놓게 되거나, 산에서 길을 잃은 막막함을 느끼거나, 엄마에게 말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자포자기 하는 심정이 들게 되는 것 이해한다. 사랑했던 건 진심이었는지를 말해달라는 곰신도 있을 것이고, 도대체 언제 마음이 변한 거냐는 곰신, 그리고 '죽어도 못 보내'라는 노래제목 처럼 눈물로 호소하는 곰신도 있을 것이다.

역시 어렵겠지만, 이때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자. 그동안 아이하나 키우는 심정으로 보여줬던 '모성애'를 다시 한 번 발휘할 시간이다. 현재 군화는 군대에서의 관성과 사회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등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그 상황에서 하는 말들에 웃고 울지 말고, 전체를 다 이해할 수 있다는 태도로 다가가자. 당장 "어떻게 나한테..."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알았어. 헤어져."라고 단정짓지 말란 얘기다. 그런 마음이 찾아올 수 있음을 이해한다고 덤덤하게 말해주는 것을 권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 상황이 지나고 난 후 현실을 인식하고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소중함을 느끼며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정말 소중한 것일 수록 옆에 있을 때에는 느끼지 못하고, 꼭 그것이 부재중인 상태가 되어야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 순간에 둘의 소중한 추억까지 잘게 부수며 '이별'을 인정한다면 나중엔 그만큼 더 재회가 힘들어질 뿐이다. 답을 구하지도 말고, 답을 내지도 말고 잠시만 더 기다려보길 권한다. 2년 가까이 기다렸는데 몇 주 정도 못 기다리겠는가. 불안정한 상대가 답을 구할 때 까지 시간을 주고 차분하게 기다려보자.


3.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물음에 대해, 위와 같은 순간을 경험했던 곰신들은 "여행등의 터닝포인트를 가지고, 스스로의 시간도 충분히 가져보세요."라는 충고를 한다. 그럼 단순히 둘이 여행을 다녀오고,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을 좀 가지면 해결되는 일일까?

남친의 전역 후 둘이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동안 남친이 2년간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권하고 싶다. 남친이 군대에 있는 까닭에 떨어져 있어야 했던 시간동안 남친의 머릿속에는 당신의 이미지가 정형화 되었을 것이다. 이건 사회에 있는 커플들도 겪는 일이지만, 사회에서보다 둘의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를 보냈다면 더욱 증폭될 위험이 크다. 

위에서 말한 '불안정한'상태에서는 여친을 판단하는 기준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역한 남친들은 스스로 '난 철이 들었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에 상대적으로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자신이 챙겨야 하고, 의존적인 모습이 강하며,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여행을 통해 남친의 '상상속 여친''실제의 여친'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란 얘기다. 투정도 좀 하고 싶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수도 있지만 좀 더 성숙한 모습들을 보여주길 권한다. 

연락하지 않고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일시정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곰신에게도 수 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언제까지 '해바라기'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할 시간을 가지며 답을 말해달라고 요구하거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그 기간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헤어짐을 '인연'으로 받아들이거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이야기가 모두 소용없을 수 있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이별'이든 '재회'든 그 지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발걸음'이 필요하다는 거다. 만반의 준비를 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인연'이나 '운명'의 탓으로 돌리더라도, 잘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망쳐버리지는 말자는 의미로 이번 매뉴얼을 작성했다.

어렵고 대단한 인내심등이 필요한 것 같은 이야기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상대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잠시 흔들릴 때, 사귀다가 한 번쯤 한다는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꺼내고 말았는데, 거기에 온갖 저주의 말을 퍼 붓거나 '그래 잘 됐다.'며 기다려온 듯 반응한다면, 또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지기만 하거나 사랑하긴 했냐고 물으며 '이별선물'이라도 받고 싶어한다면, 그 길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겨울이 춥긴 하지만, 어느새 지나고 이렇게 봄이 온 것 처럼 그 추위가 평생 갈 거라 생각하지 말고 일년의 어느 계절쯤으로 여기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해보자. 당장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고 어떻게든 결판을 내려 재촉하지 말고 말이다. 곰신생활매뉴얼을 통해 함께 살펴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 곰신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시길 바란다. 개별답장을 어렵지만 매뉴얼을 통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