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하軍/생생! 병영탐구

가장 높은 곳에서 조국을 지킨다-육군 12사단 향로봉중대

아미누리 2014. 3. 9. 23:35

3월 10일. 제주도에서는 봄소식이 완연해 유채꽃이 한창이란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아직도 강원도 최전방 대부분은 북풍한설 혹한의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해발 1,296m의 향로봉은 더더욱 바람이 매섭고 지난 2월 내린 폭설의 흔적이 대부분 그대로였다.

겨울의 끝자락이 4월이나 지나야 보일락 말락 한다는 육군 부대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향로봉중대(해발 1,293m)를 오랜만에 찾았다. 

 

지난 2월의 2m에 육박한 폭설의 생생한 현장을 대변하듯 향로봉중대에 오르는 보급로 좌우로는 여전히 눈들이 수북했다. 이 눈길을 뚫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병들이 많은 시간을 눈(雪)과 사투를 벌였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롤러코스터를 방불케하는 험준한 산길을 겨우겨우 헤쳐가며 해가 다 저문 느즈막한 저녁 도착한 향로봉중대는 예상과는 달리 외관부터 깔끔하고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향로봉중대장(대위 이창현 / 3사 44기)의 설명인 바, 2008년 11월 고성군의 예산지원 등의 도움으로 신축막사를 준공했다고 한다. 당시 험준한 고지에 위치한 향로봉중대의 기상 특성(추위, 폭설, 강풍, 농무 등)을 고려해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격오지 중에서도 손꼽히는 격오지 향로봉중대. 어려운 환경과 임무로 장병들이 힘든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향로봉중대 을지용사들은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래서 향로봉중대와 장병들에 대한 첫인상을 표현하라면 "잘 정돈된 산장 속 건강한 청년들"이라고나 할까?  

 ▶ 인터넷PC, 게임기 등이 갖추어진 향로봉중대

 

중대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끝낸 후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기 위해 중대막사를 둘러 보았다. 역시나 깨끗하고 청결한 이유가 다 있었다.

 ▶ 내 집처럼 중대 생활 공간을 관리하는 장병들의 분주한 손길들

다음으로 둘러본 곳은 중대 도서관이었다. 의외로 다양한 많은 서적들이 있었다. 2011년 서울 왕십리방위협의회에서 1,000여권의 도서를 기증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2004년 중대에 복무하다 전역한 서흥석(예비역 소령, 학군 23기) 방위협의회원이 노력한 결과라고 한다.  

 ▶ 향로봉중대 도서관에서 일과 후 책을 읽고 있는 병사들

 

한 생활관을 둘러 보다 침대에서 무언가 꼼꼼히 적고 있는 병사의 모습이 인상깊다. 

 

전체적으로 부대환경이 밝고 깨끗하니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병사들의 얼굴도 청정한 향로봉 공기만큼 맑고 환해 보였다.

 ▶ 전투복을 벗으니 누가 병장인지, 누가 이등병인지 모르겠다.(좌측 두 번째 약간 경직된 표정의 얼굴이 분대장이랍니다.(^_^))

 

일과 후 자유롭고 밝은 분위기에 이은 일석점호 시간.....역시 점호는 칼날 바람처럼 매섭게 진행되었다. 격오지에 근무하는 만큼 어떠한 일일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엄정한 군기와 긴장감, 일사불란한 행동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 

▶ 당직사관의 점호를 기다리는 병사들의 눈 빛에 긴장감이 역력....;;;(_  _)

 

▶ 당직사관이 발에 약간의 문제(..무좀..      )가 있는 병사의 발을 살펴보고 있다.

 

점호를 마친 당직사관이 부리나케 행정반으로 발길을 옮긴다. 야간 경계근무에 투입하는 병사들에게 총기와 탄약을 지급해주기 위해서이다.

 

▶ 당직사관이 근무자 총기를 전해 주며 추운 날씨를 대비해 복장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취침 나팔 곡이 끝나자 생활관의 불빛은 하나 둘 꺼지고, 어둠 속에서 하루일과를 마친 병사들은 곤히 잠자리에 들었다. 이 시간 사회의 친구들은 찬란한 네온과 불빛 속에서 젊음의 향연을 누리고 있을 텐데, 최고봉 향로봉에서 고단한 하루를 마친 우리 병사는 무슨 꿈을 꾸며 자고 있을지 궁금하다.   

 

야외 경계근무와 별도도 중대 막사에서는 불침번이 교대로 근무를 서며 전우들이 이상없이 취침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 동료들의 취침에 방해되지 않도록 문밖에서 안을 살펴보고 있는 불침번 병사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향로봉중대의 밤이 깊어 간다. 세상이 잠들어 버린 이밤...하늘의 별들만 조용히 향로봉중대 창공을 돌며 청춘들의 무사한 밤을 살펴주고 있는 듯 하다. 어느새 어두운 밤은 지나고, 향로봉중대 앞자락 동해에서 새벽을 알리는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태양이 어김없이 떠 오르듯, 향로봉중대의 을지용사들이 새벽의 한기를 가르며 또 다시 경계근무지로 이동한다. 전투화에 밟히는 새하얀 눈과 병사들이 입고 있는 설상위장복, 그리고 하늘의 구름 모두가 아침 햇살에 더욱 하얗다. 

▶ 태백준령의 능선에서 동해의 태양을 앞세워 근무지로 이동하는 향로봉중대 용사들

 

▶ 새벽 차디찬 공기와 바람이 이동로의 눈들을 날린다. 그래도 전사들은 마땅히 가야 할 시간에 가야 할 곳을 향해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향로봉중대 용사들의 눈 앞엔 험준한 태백준령과 높은 하늘,구름, 태양이 가득하다. 그 속에서 그들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이 높을 곳을 어찌 적들이라도 쉽게 올 수 있을까? 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적들은 바로 내 앞으로 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있노라고... 

 

짧은 1박 2일 향로봉중대를 다녀 간다. 하지만 장병들은 어제도 이곳에 있었고, 오늘도 이곳에 서 있다. 그리고 내일도 이곳에 묵묵히 서 있을 것이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안든 중요하지 않다. 선배들이 있었던 곳, 지금 전우들이 있는 곳. 내일도 후배들과 내 자식들이 있어야 하는 곳이기에 그들은 말없이 서 있다. 바로 이 땅 대한민국의 군인이기에....

이곳 향로봉중대는 육군의 수 많은 격오지 중에 하나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가보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의 청춘들이 향로봉중대처럼 험준한 기상과 지형, 적들을 기다리며 군복무를 하는 곳이 너무도 많다.  

 

향로봉중대 장병들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다. 그들에게 조국수호의 무거운 짐을 짐지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배 전우의 한 사람으로서 나만 산 아래로 내려가자니 미안하기만 하다. 그래도 그들이 늠름한 육군이기에 믿고 주문한다.

"조국 수호의 선봉으로 책임과 사명을 다하라!" 

그들은 짧게 답한다. "충성! 사랑합니다." 전우를 사랑하고 군대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한다고....

나도 답했다. "후배 여러분! 저도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국민들도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글 / 사진 : 정승익 육군 블로그 전문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