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당신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면

* 웹진에 게재된 사진과 원고의 저작권은 기고자에게 있으며, 관련 내용은 육군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간혹 전투상황을 즐기기도 합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그런 기분을 맛보기도 하고, 온라인 게임에서 가상체험을 하기도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서바이벌 게임을 하거나 사격장으로 달려가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와 같은 체험을 온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라면 단연코 육군 과학화훈련장의 마일즈 장비에 의한 실전 체험이라고 할 것입니다

육군참모총장배 과학화전투경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길은 사전모임을 위해 여러 번 방문했는데도 마냥 설레기만 했습니다. 날씨 때문에 다소 걱정은 되었지만 야전 텐트에 침낭으로도 경기에 참여 하겠다는 게이머들의 이야기처럼 그 정도의 날씨는 장애물이 될 수 없었고 다행히 행사 기간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이 날의 행사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해 보니 부녀회에서 나오셔서 음식을 준비하고, 천막을 치고 하는 모습 등이 축제의 열기를 느끼게 하고 있었습니다. 도착하여 접수가 마무리된 팀들은 사전에 배정된 장병들을 따라, 경기용 마일즈 장비를 인수하고 배정된 K-2 소총을 지급받고, 영점 조준을 위한 사격을 하는 등 사전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대부분 예비역으로 소총에 익숙하지만 마일즈 장비는 처음이라 다소 낯설어 하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준비가 마무리 된 팀들은 준비된 서포터즈(KCTC 현역 장병들)와 함께 경기장으로 이동하여 필드의 환경을 익히고, 경기 방식을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평소 활용하던 서바이벌 게임장에 비해 엄청나게 큰 경기장과 각종 지형지물로 인해서 새로운 전술을 적용하기 위해 서로들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런 행사 때면 언제나 반가운 만남을 가졌던 안면이 있는 게이머들끼리의 재회도 있었고, 각종 장비로 멋지게 폼을 잡는 사람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거의 다국적군이 모인 전쟁터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뜨거운 열기의 전야제와 조 추첨식을 통해 첫날의 밤은 저물어 갔고, 새 아침과 더불어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부대원들의 멋진 시범을 거친 후 각종 포성과 더불어 참가자들의 경기가 시작되고 포연이 나르는 전장의 분위기는 점차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와 다른 넓은 경기장, 가파른 경사 및 참호와 지형 구조물로 인해서 평소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드는 경기장이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헉!헉!헉! 하는 숨소리와 온 몸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주위에서 쉴새 없이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살기 위해 몸을 굴리고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며 실제 전투와 같은 긴장감을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400m 라는 경기장의 크기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KCTC의 특별 경기장을 가득 메운 열기는 갈수록 그 농도를 더해 갔습니다. 무엇보다도 각 팀별 시간, 성적에 대한 신경전과 상대팀들의 성적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들이 치열한 경쟁을 가져왔습니다. 지켜보는 대기 팀들의 열띤 토론 속에서 속도 위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 위주의 차분한 공격으로 갈 것 인가? 지휘는 어떻게 하고 진로는 어떻게 잡고 등등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진지한 토론 이후의 경기에서 갑자기 울리는 부저로 인해서 나도 모르게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매우 억울해 하기도 했습니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실감하기도 하고 결국 다른 팀원들의 모습을 손가락 빨면서 보기도 하고 우리는 어느덧 전장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실제 훈련에서는 시신을 담는 가방에 전사자를 집어 넣어서 전장 체험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고 합니다. 물론 성적에 무관하게 참가 자체를 즐기는 팀들도 상당 했습니다. 반대로 성적에 집중했지만, 실제 실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팀들도 있었습니다. ^^ 아슬아슬한 시간처리 및 사상자 숫자 등.... 체력을 앞세워 강공을 편 팀. 차분한 진격과 협동을 강조한 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성공적으로 고지를 탈환하고 기뻐하는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경기 후에 모든 팀들이 지휘소 앞에 모여 앉게 되었고, 팀장들과 일부 회원들이 브리핑룸으로 이동하여 경기 결과에 대한 분석을 들었습니다. 자세한 자료와 실시간 데이타 처리, 그리고 각종 세부 항목들에 대한 놀라운 분석능력에 대해 참가자 모두가 군의 IT 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군의 사격에 의해 사망한 팀원들의 한숨도 이어지고 이러한 환경이 실전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는 설명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이런 훈련이 우리 군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훈련에 참가했던 지휘관들이 겪었던 어려움과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의 체험과 무기력감 그리고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훈련장을 나간다는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총구를 통해 상대방을 바라본다면, 적도 역시 당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절실하게 느껴본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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